조직문화


사장님의 하루를 경험해 보셨나요? (좐의 사장님 체험기)

한국신용데이터
2023-04-10
조회수 155



소설 “마션(Martion)” 도입부 中

“아무래도 x됐다.”

나는 얼떨결에 와인샵의 사장님이 되었다. 와인샵 운영의 전반을 기획하는 위치. 내 이름(한국신용데이터 내에서 불리는)은 John. 분명히 피플팀 HR 매니저로 입사했고, 온보딩 프로그램을 담당하기로 했었는데. 입사 후 2달이 지나고 돌아보니 나는 와인샵 사장님이 되어 있었다. 이 상황에 대해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은,

“나는 x됐다.”

시계를 돌려, 입사 6일차. 나는 “사장님 되어보기”라는 듣도 보도 못한 이름의 미팅에 처음 참석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다. 나도 온보딩 중인데. 이제야 조금씩 KCD의 일하는 원칙과 비즈니스의 특성을 막 이해하기 시작한 시점이었는데. 입사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던 업무였기에 조금 당황스러웠다. 내가 생각해왔던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입사 후 적응 프로그램인데. 직접 고민하고 기획한 것을 실행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짜여진 판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나 스스로도 사장님으로서 가게를 운영해 본적이 없는데 구성원들에게 사장님이 되어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하지만 맞는 말이었다. KCD의 일하는 원칙 중에 첫 번째는 “업의 정의(사장님에 대한 공감→문제 정의→해결)”. 사장님 되어보기는 구성원들에게 이 원칙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라고 생각했다.)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정렬[Align]하고 고객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으로서 정말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많은 회사가 말로만 고객지향, 고객관점, 고객중심을 이야기한다. KCD는 달랐다. 이 프로그램의 존재가 ‘정말 진정성 있게 일하는 원칙을 실천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0여년 동안 월급쟁이 생활만 해왔던 나에게도 사장님이 되어보는 경험을 재미있을 거란 기대감이 들었다. 그것도 무척 도전적인 형태로. 그렇다면, 이를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것 역시, 다른 신규 입사자들에게도 재미있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KCD에서 일하는 원칙

우선의 목표는 당장 이틀 뒤의 타운홀* 미팅 발표.
이 자리에서 와인도깨비 강남점 매장(한국신용데이터가 와인도깨비 본사와 함께 운영하는 와인샵)이 오픈했고 “사장님 되어보기”라는 이름의 사장님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될 예정임을 알려야 했다.

KCD는 업무 방식의 기본으로 기록과 회고를 추구한다.
사장님 되어보기 관련 다양한 관련 자료들이 컨플루언스에 남아있었다.
이를 찾아가며 오픈부터 여태까지의 히스토리를 파악했다.
사장님 되어보기 프로그램의 발전 방향성은 분명했다.

‘구성원들이 사장님의 하루를 온전히 경험하고
우리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한다’

이 기획 의도(관련 글 확인)에 맞춰 발표 자료를 만들었다.

*타운홀 미팅
- ‘22년 8월부터 씽크데이(Sync & Think)라는 이름으로 변경,
매월 2주차 금요일에 진행된다.
- ‘회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성에 씽크(Sync) 맞추고 함께 고민(Think)해 본다.’라는 의미이다.


출근 8일차, 전사 타운홀 미팅(5/13)에서 발표한 자료

나는 HR담당자다. 11년차 HR담당자로서 나는 나름의 업무철학이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든 내가 먼저 체험해 보고 구성원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는 것. 따라서 타운홀미팅으로부터 이틀 후, 바로 와인도깨비 매장으로 출근했다. 사장님이 되어보기 위해.

내 생각은 사장님들이 보내시는 매일의 일상을 온전히 경험해보자는 것.
그러기 위해서는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마감시간인 자정까지 총 13시간을 매장에서 보냈다. 이 경험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힘들다.”

사장님의 하루는 힘들었다. 너무 힘들었다. 막상 해보니 정말 너무 힘들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사장님 되어보기에 참여한 KCD 구성원들의 하루를 알려드릴 겸, 와인샵 사장님의 하루를 시간의 흐름대로 적어본다.


가게 오픈 — “우아한 오프닝은 없다”
오전 11시, 와인도깨비의 매장 문을 연다.

내가 상상한 오프닝은 이랬다.

매장 문의 걸쇠를 풀고 카운터 안에 들어선 나는, 와인의 이미지에 맞는 Jazz 음악을 튼다. 이내 매장 안 공간을 색소폰과 베이스가 채운다. 창 밖으로 보이는 거리는 햇살이 가로수를 간지럽히고 있다. 원두 커피를 한 잔 내린다. 향긋한 커피향이 마음까지 여유롭게 만든다. 오늘도 힘내야지! 라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장사를 시작한다.

… 라는 상상과 일치한 현실은 창밖 풍경 밖에 없었다. 그나마도 본 기억이 희미하다. 실제는 다음과 같다.

  • 카운트다운 시간안에 가게 보안을 해제를 하고 매장 입장
  • POS기 전원 ON
  • 시제금(현금잔고) 입력
  • 매장 오픈처리
  • BGM — 저작권 문제가 없는 것으로 — 작동
  • (점주가 아닌 와인 컨디션에 맞춰) 에어컨 온도 설정
  • 간판/매대/실내 조명 점등
  • 점주 보다 미리 가게 계단 아래 도착해 있는 물품을 8차례 정도 들어 옮김
  • POS에 입고된 물품 입력
  • 창고 공간으로 물품 이동
  • 가게 앞/가게바닥 청소
  • 매대 와인 정리 및 청소

KCD 구성원(나 포함)은 실제 사장님이 아니기에 아래와 같은 절차가 추가됐다.

  • 가게 운영을 위한 ‘간단’ 교육
    (POS기 조작법 / 결제와 포장 / 회원등록과 마일리지 적립방법 / 종류별 와인 위치 등등등)

11년의 월급쟁이 생활 동안 배울만큼 배우고 쌓아온 내 지식은 와인샵 오프닝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POS기 버튼 위치를 배우고 누르고 익히는 동안,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아직 나는 학습중이었다. 하지만 손님들 앞에서는 사장이어야 했다. 우아한 오프닝은 없었다. 그리고 정신도 없었다.

청소 후의 매장실내 모습 & KCD공동체회사인 ‘아임유’의 POS기

Peak Time — “손님들을 관찰하고, 분석하고, 고민하고”
12시~2시 사이는 꽤 바쁜 시간이다. 손님들은 쉬지 않고 찾아왔다. 패턴을 보자면, 점심 식사를 하러 가는 길, 식사를 하고 나오는 길에 매장을 들르는 손님들이 있었다. 직장인이 많은 강남역 상권의 특성상 점심 시간에 유동인구가 많고, 이들은 식사하러 오가는 길에 멋진 외장의 와인샵(진짜다. 와인도깨비는 정말 멋진 매장이다.)에 들르는 듯했다. 이들은 어떤 목적이 있다기 보다 전체적으로 매장을 구경하는 인상이었다. 예외적인 어떤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정확히 어떤 장면에서 마실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대개 저녁 약속 때 마실 와인을 미리 구입하는 손님들이었다.

이 가게를 찾는 손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사장님에 빙의해 캐시노트 앱을 열었다.

“매출 데이터 분석” 메뉴를 열었다. 매출은 점심시간과 저녁시간대에 높았다. 재방문율도 꽤 높았다. 역시 와인샵을 찾아오는 것은 직장인인가? 라는 추측을 할 수 있었다. 또 하나. 다행히도 현재 와인도깨비의 가격 및 상품 구색이 꽤 경쟁력이 있다는 것. 와인도깨비 강남점 인근에는 수많은 와인샵이 있다. 만약 와인도깨비의 상품 구색이나 가격대가 경쟁력이 없었다면, 재방문율이 높을 리가 없다. “단골이 꽤 되는 것 같은데?”라는 ‘느낌적인 느낌’이 캐시노트에서 데이터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캐시노트 메뉴 중 매출 리포트의 모습

더 나아가 와인샵 손님을 3가지 유형으로 나눠봤다.

① 와인에 대해 잘 알고 직접 고르시는 손님
② 사고자 하는 와인 이름 정도는 알고 오신 손님
③ 와인 추천을 부탁하시는 손님

유형에 따라 최종 결제 금액의 차이가 꽤 컸다.
유형에 따라 와인도깨비 매장을 알리는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매장에 방문했을 때 어떤 경험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사장다운 고민을 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때의 나는
앞으로 내게 닥쳐올 미래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장님 되어보기 체험 인증샷 — 해맑은 표정의 John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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